부부싸움 소리로 늑대 퇴치?…美 드론 실험 ‘실제 효과’ 입증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8-05 16:57
입력 2025-08-05 16:57
│드론+확성기로 영화 속 격렬 대사·록 음악 방송…미 농림부 실험 효과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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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 이야기’ 속 부부싸움 장면을 합성한 이미지. 극 중 니콜(스칼릿 조핸슨)과 찰리(애덤 드라이버)는 이혼 과정에서 격렬한 감정 충돌을 겪는다. 이 장면의 고성이 최근 미국 농장에서 늑대 퇴치용 음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영화 ‘결혼 이야기’ 속 부부싸움 장면을 합성한 이미지. 극 중 니콜(스칼릿 조핸슨)과 찰리(애덤 드라이버)는 이혼 과정에서 격렬한 감정 충돌을 겪는다. 이 장면의 고성이 최근 미국 농장에서 늑대 퇴치용 음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미국 서부의 농장 일대에서 늑대가 가축을 노리는 야간 습격이 빈번해지자 당국이 영화 속 부부싸움 장면을 틀어 늑대를 쫓는 이색 실험에 나섰다. 격렬한 인간의 고함과 감정 폭발 장면, 여기에 록밴드 AC/DC의 강렬한 음악까지 동원한 이 방식은 의외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가디언 등은 최근 미 농림부 산하 ‘야생동물 피해 방지팀’이 오리건주 남부에서 시행 중인 ‘음향 기반 늑대 퇴치 실험’ 사례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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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상 드론이 포착한 늑대의 가축 공격 장면. 붉은 원 안에서 늑대 한 마리가 가축 무리 속 송아지를 공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오리건주 일대에서 실시간 관측을 위해 운용 중인 드론 영상 중 하나다. 미 농림부는 이를 기반으로 확성기 음향을 통한 늑대 퇴치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미 농림부 제공
열화상 드론이 포착한 늑대의 가축 공격 장면. 붉은 원 안에서 늑대 한 마리가 가축 무리 속 송아지를 공격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오리건주 일대에서 실시간 관측을 위해 운용 중인 드론 영상 중 하나다. 미 농림부는 이를 기반으로 확성기 음향을 통한 늑대 퇴치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미 농림부 제공


이들은 늑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열화상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띄운 뒤 이 야생동물이 접근할 경우 확성기로 소음을 재생해 쫓는 방식을 사용 중이다.

드론 스피커를 통해 방송되는 소리는 다양하다. 폭죽 터지는 소리, 총성, 인간의 비명, 그리고 호주 출신 록밴드 AC/DC의 대표곡 ‘썬더스트럭’, 여기에 더해 영화 ‘결혼 이야기’(2019) 속 부부싸움 장면도 포함된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배우 스칼릿 조핸슨과 애덤 드라이버가 이혼 과정을 겪으며 고함을 주고받는 명장면이 등장하는데 농림부는 이 장면이 늑대들에게 인간의 존재를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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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퇴치 실험에 참여한 연구자 로리 매커디. 미국 농림부(USDA) 소속인 그는 드론을 활용해 늑대의 접근을 차단하는 ‘해이징’ 기법을 연구 중이며, 관련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오리건주 일대의 실험 현장에서 드론을 운용하는 모습. 사진=더스틴 랭럭 제공·미 야생동물학회(TWS)
늑대 퇴치 실험에 참여한 연구자 로리 매커디. 미국 농림부(USDA) 소속인 그는 드론을 활용해 늑대의 접근을 차단하는 ‘해이징’ 기법을 연구 중이며, 관련 논문의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오리건주 일대의 실험 현장에서 드론을 운용하는 모습. 사진=더스틴 랭럭 제공·미 야생동물학회(TWS)


오리건주 지역 감독관 폴 울프는 “일반적인 소리보다 인간의 감정이 실린 고함이 늑대에게 훨씬 더 강한 인상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들이 인간을 피하도록 학습시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 효과도 확인됐다. 드론을 투입하기 전 20일간 소 11마리가 늑대에 희생됐던 클라마스 분지 일대에서는 드론 순찰이 시작된 이후 85일 동안 피해가 2건으로 줄어들었다고 WSJ는 전했다.

이 같은 ‘음향 퇴치’ 방식은 멸종위기종으로 포획이 금지된 늑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축을 보호할 수 있는 비폭력적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1995년 야생 늑대의 개체 수 복원을 위해 캐나다에서 늑대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도입했으며 이후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농가의 피해도 함께 늘어난 상황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와 농장주들은 늑대가 소음에 익숙해질 경우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회의적인 시각도 내놓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드론 장비의 유지·보수, 배터리 시간제한, 날씨 등의 문제도 실험의 확산에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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