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경제 수장 없다’고 손 놓을 건가

김경두 기자
수정 2025-05-08 00:55
입력 2025-05-08 00:07
추경 신속 집행해 경기 부양할 때
리더십 부재… ‘F4 회의’로 메워야
물가 안정 위해 감시망 촘촘해져야
나라가 혼란스럽다. 공정한 대선을 뒷받침해야 할 대통령 권한대행 겸 총리가 ‘선수’로 나섰고,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단일화인지, 교체인지를 놓고 연일 시끄럽다. 대법원의 전례 없는 빠른 공직선거법 선고에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카드로 위협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을 대선 이후로 늦췄다.보수·진보 모두 지지층을 결집하고 세를 모으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대선을 관리할 ‘대대대행 체제’는 잿밥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데 열심이다. 나라 경제가 이 지경인데 기획재정부 역시 존재감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의 밤’ 이후 5개월 동안 우리만 뒷걸음질쳤다.
그래도 누군가는 ‘소’를 키워야 한다. 새 정부 출범까지 27일이나 남았다. 기재부는 경제부총리가 없다고, 부가 쪼개진다고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일을 찾아서 해야 한다.
당장 어렵게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부처 조율에 나서 달라. 예전 같으면 일정에 맞춰 조기 집행률까지 내놓으며 독려했을 터인데 잠잠하기만 하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에 긴급 추경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한 게 바로 엊그제인데 벌써 잊었나.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내수와 소비 모두 꼬꾸라졌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2%를 기록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이 본격화할 2분기에 추경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역성장을 이어 갈 가능성이 크다. 각 부처가 공공기관장 알 박기 인사에 힘쓸 게 아니라 새 정부 출범 전까지 돈을 풀어 경기 부양에 진력할 때다. 이번 추경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인 건설 경기를 살릴 종잣돈이 포함됐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 8122억원이 투입된다. 다만 SOC보다 주거 정책에 들어갈 예산이 많아 세심한 배분과 속도전이 필요하다.
해외에선 경제부총리 부재로 한국 경제 외교가 올스톱됐다. 대외 신인도를 생각한다면 국내에서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한시적으로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리더십의 부재를 극복해야 한다. 부처 간 현안을 조율하는 각종 정부 회의체가 위축되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범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직무대행의 호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물가 당국의 감시망도 좀더 촘촘해져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정 혼란을 틈타 가격 인상 러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슬금슬금 올라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4.1%, 외식 물가는 3.2% 상승했다. 2023년 12월(4.2%), 지난해 3월(3.4%) 이후 각각 최대 상승 폭이다. ‘비싸서 마트도, 식당도 안 간다’는 서민들의 푸념이 엄살이 아니다.
대미 관세 협상에선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정부는 조선 협력 패키지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전략적 지렛대로 활용할 복안이지만 ‘딜’보다는 버티는 게 나아 보인다. 참고 모델인 일본도 미국의 품목 관세 예외 방침에 서두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갈지자 관세 행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외교적 입지를 좁게 만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수는 경제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잘나가던 미국 경제는 3년 만에 역성장(1분기 -0.3%)했다. 지난 3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1405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미국이 이끄는 판에 올라가 장단을 맞춰 줄 필요가 없다.
누가 탄핵을 당하든, 누가 정권을 잡든, 나라 경제는 중단 없이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에 발이 묶였다고 시간만 흘려보내기엔 나라 안팎의 경제 환경이 외환 위기급이다. 경제부처 공무원만이라도 신발 끈을 다시 조일 때다.
김경두 산업부장

2025-05-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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