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환 뒤 자유사라진 홍콩…마지막 민주정당 해산 [월드핫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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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수정 2025-06-30 15:43
입력 2025-06-3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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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민주화 운동가 찬포잉이 29일 홍콩의 마지막 민주 정당인 사회민주당의 해산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홍콩 EPA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찬포잉이 29일 홍콩의 마지막 민주 정당인 사회민주당의 해산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홍콩 EPA 연합뉴스


“중국이 홍콩을 통치하던 방식인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는 이제 끝났습니다.”

홍콩의 마지막 남은 야권세력이자 민주정당인 사회민주당의 해산을 발표하며 찬포잉(陳寶英·69) 대표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찬 대표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엄청난 정치적 압력 때문에 해산할 수밖에 없지만, 양심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물러나더라도 여전히 어둠 속에서 힘겹게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라고 강조했다.

찬 대표는 20대에 의류공장에서 일하다 서른 살에 대학을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했으며, 이후 여성 인권 활동을 벌였다.

사회민주당은 찬 대표가 ‘장발의 혁명가’로 유명한 남편 렁궉훙과 2006년 함께 세운 정당으로 렁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재 투옥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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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가 찬포잉(왼쪽 네번째)이 29일 장미꽃을 든 채 홍콩의 마지막 민주 정당인 사회민주당의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민주화 운동가 찬포잉(왼쪽 네번째)이 29일 장미꽃을 든 채 홍콩의 마지막 민주 정당인 사회민주당의 해산을 발표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사회민주당은 2008년 의회에서 3석을 차지하며 정계에 돌풍을 일으켰으나 이후 렁을 포함한 의원들이 잇따라 투옥됐다.

그동안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 혁명’을 일으키고, 중국 정부의 2020년 국가보안법 제정에도 맹렬하게 반대하며 홍콩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의회 활동 중에는 시민의 권리를 대변하는 바나나, 밥 등을 위정자에게 던져 화제를 모았다. 당의 핵심 강령으로 성 소수자의 인권 보장을 홍콩에서 처음 채택하기도 했다.

매년 7월 1일은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올해 28주년이 된다. 덩샤오핑 중국 주석은 반환 당시 50년간 홍콩의 자치를 보장하는 ‘일국양제’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국가보안법 시행으로 홍콩의 자유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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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혁명’ 5주년인 2019년 9월 28일(현지시간) 홍콩 시민들이 홍콩 정부청사 인근 도로에서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 민주화 확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DB
‘우산 혁명’ 5주년인 2019년 9월 28일(현지시간) 홍콩 시민들이 홍콩 정부청사 인근 도로에서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 민주화 확대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신문DB


홍콩 반환 기념일에는 섬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으나 올해는 사회민주당 해산과 함께 시민의 목소리는 극도로 위축될 전망이다.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에서는 총 332명이 체포됐다.

찬 대표는 국가보안법 통제가 더 강화되면서 남편의 면회 횟수가 한 달 4번에 회당 15분으로 제한당했다.

거리에서 전단을 나눠주면 경찰이 일거수일투족을 녹화해 시민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정당 활동도 위축됐다. 고개를 끄덕여 주거나 음료수를 건네는 홍콩 시민들의 작은 지지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은행은 계좌를 폐쇄해 기부금 통로도 막혔다.

찬 대표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면서 “모든 사람이 잉걸불처럼 작은 불씨를 지니고 살아가기를 바란다”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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