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소비쿠폰 발행’ 길 터준 정부

한지은 기자
수정 2025-10-27 08:30
입력 2025-10-27 00:58
지방채 발행 요건 추가안 국회 통과
전문가 “균형재정 원칙 훼손 우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채를 발행해 ‘소비쿠폰’ 등 지역화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간 일부 지자체에서 재난 기금 등을 활용해 변칙적으로 지역화폐 예산을 충당하는 사례가 빈발하자 합법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지방채 발행 요건에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긴급한 재정 수요에 필요한 경비 충당’을 추가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기존에는 대규모 투자사업이나 재해·재난 복구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때만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으로 소비쿠폰·지역화폐·소상공인 지원 등 민생사업 재원을 확보할 때도 지방채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채 발행이 남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발행 한도를 초과했을 때 사전 협의·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또 분기별로 지방채 발행 상황을 점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간 재정 여건이 넉넉지 않았던 지자체들은 숙원이 풀렸다며 반기고 있다. 광주시는 소비쿠폰 사업에 필요한 205억원을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재해구호기금에서 끌어다 쓴 소비쿠폰 예산 480억원을 지방채로 상환할 계획이다.
물론 지방채 발행 기준이 완화되면서 지방 재정의 ‘균형재정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방채 발행은 도로나 교량 설치 등 특정 에 한정돼야 하는데, 일반 재원을 메우는 수단으로 허용되면 정치적인 목적을 띤 지방채 발행이 난무할 수 있다”며 “소비쿠폰 재원은 불필요한 사업 조정과 불용 예산 축소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한지은 기자
2025-10-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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