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민초 대서사, 무대 위에서 다시 타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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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애 기자
서미애 기자
수정 2025-08-20 08:18
입력 2025-08-20 08:04

문순태 『타오르는 강』, 희곡 낭독회로 첫 연극화
나상만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 연기법 민초 재연
나주 남평도서관 주최, 영산나루 지역주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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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남평도서관이 주최하고 영산나루 카페가 협력해 오는 23일 열리는 희곡 낭독회에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이 연극 무대화로 첫 선을 보인다.
나주 남평도서관이 주최하고 영산나루 카페가 협력해 오는 23일 열리는 희곡 낭독회에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이 연극 무대화로 첫 선을 보인다.


바람이 스치는 영산강변. 강물 위로 흩어지는 목소리가 세월을 가로질러 옛 민초들의 숨결을 깨운다.

나주 남평도서관이 주최하고 영산나루 카페가 협력해 오는 23일 열리는 희곡 낭독회에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이 연극 무대화로 첫 선을 보인다.

이 작품은 구한말 농민 소작쟁의를 기점으로 일제강점기와 3·1운동에 이르는 격동의 시간을 꿰뚫는다. 양반과 노비, 일본인 지주와 소작농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사회적 대립을 넘어 민초들의 삶과 저항의 기록으로 남았다. 9권에 걸친 방대한 서사는 조정래의 『태백산맥』, 박경리의 『토지』와 함께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하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낭독회는 단순한 텍스트의 낭송을 넘어 무대화를 향한 서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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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남평도서관이 주최하고 영산나루 카페가 협력해 오는 23일 열리는 희곡 낭독회에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이 연극 무대화로 첫 선을 보인다.
나주 남평도서관이 주최하고 영산나루 카페가 협력해 오는 23일 열리는 희곡 낭독회에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이 연극 무대화로 첫 선을 보인다.


지난해 홍은영 영산나루 대표의 주도로 시작된 독서 모임은 전권 낭독을 마치며 작품에 대한 집단적 몰입을 쌓아왔다. 지난 7월부터는 희곡 대본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극화 작업에 착수했다. 배우들의 호흡으로 바뀐 문장은 더 이상 책 속의 활자에 머물지 않고 살아 있는 대사로 변주됐다.

연출은 국내 연극계의 원로, 나상만 연출가가 맡는다. 러시아 슈우킨 연극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의 정통성을 국내에 전한 인물로, 숭실대에 ‘스타니슬랍스키 연기원’을 설립하며 배우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만약 내가 이 인물이라면(Magic If)?” 스타니슬랍스키의 물음은 단순한 배역 재현을 넘어 배우가 인물의 내면과 운명을 체화하도록 이끈다.

나 연출가는 “영산강 민초들이 겪었던 수탈과 저항, 그들의 분노와 희망을 배우들이 자기 삶처럼 끌어안도록 하고 있다”고 전한다.

홍은영 대표는 “낭독회를 넘어 정식 무대 공연으로 이어가고 싶다”며 “지역 문학을 연극이라는 예술 언어로 확장해 나가는 길에 주민들도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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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남평도서관이 주최하고 영산나루 카페가 협력해 오는 23일 열리는 희곡 낭독회에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이 연극 무대화로 첫 선을 보인다.
나주 남평도서관이 주최하고 영산나루 카페가 협력해 오는 23일 열리는 희곡 낭독회에 문순태 작가의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이 연극 무대화로 첫 선을 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이 주체로 참여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은영 대표는 “낭독회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정식 무대 공연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지역의 문학을 연극이라는 예술 언어로 확장하는 길에 주민들도 함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희곡 낭독회는 과거를 불러내는 의례가 아니다. 영산강 민초들이 남긴 이야기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억압 앞에서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공동체의 기억은 어떻게 전승될 것인가.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질 낭독의 목소리는 오늘의 사회를 비추는 성찰의 울림으로 확장된다.

이번 낭독회와 아카데미는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문의는 나주 영산나루로 가능하다.

나주 서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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