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명물 ‘푸니쿨라’의 비극… 케이블 풀려 탈선, 15명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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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권 기자
최영권 기자
수정 2025-09-05 01:24
입력 2025-09-05 01:24

한국인 여성 1명 포함해 18명 부상
140년 도심 언덕 오르내렸던 전차
전속력으로 내려오다 건물과 충돌
목격자 “골판지 상자처럼 무너져”
대통령, 애도 표하며 원인 규명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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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리스본의 상징적인 관광 교통수단인 푸니쿨라 전차가 3일(현지시간) 탈선해 전복된 현장에서 구조대가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글로리아 노선’은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과 알칸타라 전망대 사이 275m 구간을 두 대의 전차가 오가며 운행하는 노선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많은 관광객이 즐겨 이용한다. 리스본 AP 연합뉴스
포르투갈 리스본의 상징적인 관광 교통수단인 푸니쿨라 전차가 3일(현지시간) 탈선해 전복된 현장에서 구조대가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글로리아 노선’은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과 알칸타라 전망대 사이 275m 구간을 두 대의 전차가 오가며 운행하는 노선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많은 관광객이 즐겨 이용한다.
리스본 AP 연합뉴스


140년 동안 포르투갈 리스본 도심 언덕을 오르내리며 지역 명물이 된 전차 ‘푸니쿨라’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한국인 등 18명이 다쳤다.

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RTP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쯤 리스본 중심부 리베르다드 거리 인근에서 40명을 태우고 언덕길을 내려오던 푸니쿨라가 선로를 벗어나 건물에 충돌했다. 사고는 푸니쿨라를 고정하는 케이블이 풀리고 차량이 통제력을 잃으면서 발생했다.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현지 당국은 “이번 사고로 15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쳤다”며 “부상자 중 5명은 중상, 13명은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부상자 중에는 40대 한국인 여성도 1명 포함됐다. 이 여성은 다른 희생자 2명과 함께 상프란시스쿠 자비에르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지 언론이 보도한 영상에선 승객들을 태우고 운행하던 노란색 푸니쿨라 한 대가 탈선해 심하게 흔들리고 여러 명의 승객이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차량은 구부러진 도로 끝에 있는 건물과 충돌했다.

한 목격자는 포르투갈 방송 SIC와의 인터뷰에서 “전차가 가파른 길을 전속력으로 내려오다가 건물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차량이 골판지 상자처럼 무너져 내렸는데 제동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검찰도 사고 원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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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정부는 사고 다음 날인 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마르셀루 헤벨루 드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성명에서 비극적인 이번 사고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당국이 조속히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소셜미디어(SNS)에 “유명한 글로리아 노선의 탈선 소식을 접해 슬프다”라고 애도했다.

1885년 개통된 푸니쿨라는 언덕이 많은 리스본의 가파른 경사를 오르내리는 케이블 열차로, 리스본을 상징하는 교통수단이다. 연간 35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관광 명물이기도 하다. 두 대의 차량이 케이블 양끝에 연결돼 한 대가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다른 한 대는 경사를 오르는 방식이다.

이번에 사고가 난 푸니쿨라 글로리아 노선은 리스본 중심가에 있는 헤스타우라도레스 광장에서 출발해 바이루 알투 언덕 위 전망대까지 오르는 275m 구간이다. 푸니쿨라 3개 노선 중 가장 긴 구간을 운행하며 알칸타라 전망대 등 인기 관광지를 연결해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한다. 이 노선은 2018년에도 바퀴 정비 부실로 탈선 사고를 겪었으나, 당시에는 부상자가 없었다.

최영권 기자
2025-09-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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