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없다고요?” AI ‘가짜뉴스’ 영상에 속아 여행 온 노부부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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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수정 2025-07-05 07:00
입력 2025-07-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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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말레이시아의 한 노부부가 소셜미디어(SNS)에서 본 관광지 영상을 보고 차로 4시간 반 거리의 마을을 찾았으나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림 같은 풍경을 지닌 마을에 최신식 케이블카가 설치돼 관광객이 붐비던 영상 속 모습은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상의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AI 영상 생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실제와 구분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이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가짜 정보에 속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북서부 페락주 펭칼란 훌루의 한 호텔에 근무한다는 누리꾼 A씨는 최근 한 노부부가 호텔에 체크인한 뒤 인근 ‘쿠악 훌루’라는 마을의 케이블카가 어떤지 문의했다는 사연을 전했다.

A씨는 이 노부부가 실없는 농담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쿠악 훌루는 케이블카가 전혀 없는, 조용한 마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노부부는 쿠악 훌루의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먼 길을 왔다고 A씨에게 말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이곳까지는 차로 최소 4시간 3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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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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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이 노부부는 분명 쿠악 훌루에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고, 방송국 기자가 직접 케이블카를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고 주장했다.

노부부가 보여준 페이스북 영상은 놀랍게도 ‘TV Rakyat’이라는 방송국 로고와 함께 여성 기자가 카메라맨과 함께 차량을 타고 ‘쿠악 스카이라이드’(케이블카)를 취재하러 가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매표소에는 스카이라이드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고, 매표소 주변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기자는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을 인터뷰했는데, 친구 그룹을 비롯해 가족 단위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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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이곳은 케이블카 외에도 레트로한 빈티지 제품을 전시한 박물관부터 탁 트인 산 전망을 바라보며 식사를 즐기는 고급 식당 등 다양한 관광 명소가 있었다.

관광 코스는 직접 사슴을 만져볼 수 있는 체험형 사슴공원으로 마무리됐다.

문제는 영상 속 모든 것이 AI로 생성된 것이라는 점이었다. 케이블카를 비롯한 온갖 관광 명소는 물론 이를 소개하는 기자와 인터뷰에 나선 관광객까지 모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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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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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사연 속 노부부가 실존하는 관광지로 착각한 인공지능(AI) 생성 영상. 페이스북 캡처


A씨는 노부부에게 이 영상이 AI가 생성한 가짜라면서 쿠악 훌루에는 이러한 관광 인프라가 없는 조용한 마을이라고 일러줬다. 그러면서 “이곳에 이런 케이블카가 생긴다면 더 활기찬 곳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부부 중 부인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었다고 A씨는 전했다. 노부인은 모든 영상이 실제처럼 보이고, 기자도 나오지 않냐며 “사람들을 속이려고 이렇게까지 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심지어 영상 속 기자를 고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져 묻는 바람에 A씨는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설명해야 했다.

노부부는 여행을 떠나기 전 자녀들에게 알리진 않았다고 했다.

문제의 영상에는 영상 제작자의 것으로 보이는 틱톡 계정이 표시돼 있었으나 해당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A씨는 이 사연을 전하며 부모님이 여행을 좋아한다면 자녀들이 출발 전에 구체적인 사항을 꼭 확인해 온라인상의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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