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전쟁, 끝나려면 193만 명 더 희생” 英 국방부 경고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8-20 15:22
입력 2025-08-20 15:22
│“압도적 우위 없다”…전선 지지부진, 러·우 모두 소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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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선에서 FPV 드론을 조종하는 제57 기계화여단 소속 병사. 2025년 8월 12일.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전선에서 FPV 드론을 조종하는 제57 기계화여단 소속 병사. 2025년 8월 12일. AP 연합뉴스


러시아의 전쟁 승리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국방부는 현 속도라면 최소 4년은 더 싸워야 ‘결정적 승리’에 이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9일(현지시간) 이 같은 분석을 전하며 러시아가 전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승리하려면 193만 명 추가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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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포클론나야고라 전승공원에서 열린 ‘슬라브 예술 러시안 필드 페스티벌’에서 붉은 군대 복장을 한 남성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24회째인 이번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해 역사·문화·민속공예·요리·패션 등을 선보였다. 2025년 8월 9일.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포클론나야고라 전승공원에서 열린 ‘슬라브 예술 러시안 필드 페스티벌’에서 붉은 군대 복장을 한 남성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로 24회째인 이번 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을 기념해 역사·문화·민속공예·요리·패션 등을 선보였다. 2025년 8월 9일. 타스 연합뉴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이미 100만 명을 넘었다고 추정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목표로 하는 영토 장악을 끝내려면 약 193만 명의 추가 희생이 필요하며 전부 점령하는 데만 4년 5개월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텔레그래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도 러시아의 ‘강한 모습’을 부각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 축소, 정보 공유 제한, 그리고 ‘휴전 전 평화안’ 수용을 푸틴과 논의하면서 러시아가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러시아, 한계점 다가올 것”샘 그린 킹스칼리지런던(KCL) 교수는 “군사·경제적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러시아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코프먼 미국 카네기재단 연구원도 “러시아군이 계속 병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무한한 인력’은 신화에 불과하다”며 “속도와 질적 한계 탓에 대규모 돌파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로브 리 미국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연구원은 “전쟁은 선형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며 최근 도브로필리아 전투를 사례로 들었다. 러시아군은 이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16㎞가량 침투했지만 전략적 돌파에는 실패했고 오히려 수백 명이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혔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도 압박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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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드루즈키우카의 한 시장에서 사람들이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2025년 8월 2일. 이번 공격으로 최소 5명이 부상했다고 도네츠크주 군정청장이 밝혔다. EPA 연합뉴스
러시아 드론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드루즈키우카의 한 시장에서 사람들이 현장을 지나가고 있다. 2025년 8월 2일. 이번 공격으로 최소 5명이 부상했다고 도네츠크주 군정청장이 밝혔다. EPA 연합뉴스


텔레그래프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역시 전쟁 장기화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병력 부족으로 전선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WP)는 동부 도네츠크·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의 포위 시도로 민간인 대피가 급증했으며 수미 지역에서는 미사일 공격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등 민간 피해도 확대 중이라고 전했다. 전력망 파괴와 인프라 붕괴로 후방에서는 정전과 난방 중단이 반복돼, 군사적 방어와 민간 생존 모두 큰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도 ‘빨간불’…성장률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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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유리 슬류사르 로스토프주 대행 주지사와 회동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2025년 8월 18일. 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유리 슬류사르 로스토프주 대행 주지사와 회동하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2025년 8월 18일. AFP 연합뉴스


경제 분야에서도 러시아의 ‘한계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절반 수준인 0.9%로 낮췄다. 이는 지난해 4.3% 성장에서 급격히 둔화한 것이다. 철강 대기업 마그니토고르스크 제철소는 올해 2분기 순이익이 21% 넘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지난 6월 “국가 경제가 침체 직전에 있다”고 경고했다. 고물가로 인해 정부는 채소·닭고기·유제품 가격 상한제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쟁의 끝은 여전히 불확실”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즉각적인 붕괴 가능성은 작게 본다. 이언 본드 유럽개혁센터 부소장은 “러시아는 강해 보이다가도 갑자기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지금 당장은 무너질 조짐이 없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000일 전쟁 동안 러시아가 차지한 영토는 1%도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패배론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안을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실제 전황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며 “석유 가격 같은 외부 변수에 따라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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