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전사에도 파병 계속” 北, 러 전쟁서 25조원 이미 확보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9-08 13:35
입력 2025-09-08 13:35

쿠르스크 방어진지·옐라부가 드론 공장 투입…軍·산업 전방위 확산

▶ 북한군, 쿠르스크 지역에 상시 배치…방어진지 공사 넘어 러 방산 분야 확대
▶ 국내 분석 “러 파병·무기 거래 대가로 25조 원 이미 확보”
▶ 옐라부가 드론 공장 인력 투입 정황…美, 군사지원·경제제재 병행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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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왼쪽)과, 앞서 평양에서 해외 파병 군 지휘관·전투원에게 국가훈장을 수여하고 전사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상식 장면(8월 발행, 오른쪽). AP·EPA/KCNA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왼쪽)과, 앞서 평양에서 해외 파병 군 지휘관·전투원에게 국가훈장을 수여하고 전사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상식 장면(8월 발행, 오른쪽). AP·EPA/KCN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방어진지 건설과 진지 보강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바딤 스키비츠키 GUR 부국장은 7일(현지시간) 국영통신사 우크린폼 인터뷰에서 “북한군은 교대 파견 형식으로 배치돼 상시 주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어진지 공사 넘어 군수 협력으로 확산스키비츠키 부국장은 북한군의 임무가 단순한 방어진지 공사를 넘어 러시아 방산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전문가 수천 명을 러시아로 보내 방위산업과 건설 부문에서 경험을 쌓게 하려 한다”며 “쿠르스크 지역에서만 6000명 파견 계획이 있으며 이미 1000여 명이 도착해 도로 보수와 방어진지 공사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은 곧 러시아 방산기업으로 이동해 탄약과 장갑차, 드론 등 무기 생산에도 참여할 것”이라며 “북한 자체적으로도 유사한 생산 체계를 확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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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부가 드론 공장 부지에서 포착된 신규 건설 현장 위성사진. 북한 인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으로, 기숙사 등 지원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 담겼다. 출처=텔레그램
알라부가 드론 공장 부지에서 포착된 신규 건설 현장 위성사진. 북한 인력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곳으로, 기숙사 등 지원 시설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이 담겼다. 출처=텔레그램


그는 또 옐라부가 경제특구를 지목하며 “생산 인력을 1000명에서 4만 명으로 늘리는 과정에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투입되고 일부는 국방부와 계약을 바꿔 전투에까지 동원된다”고 경고했다.

사상자 집계 두고 정보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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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8월 29일 평양 목란관에서 해외 군사작전에 투입됐다 전사한 참전 열사들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이 다음 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5년 8월 29일 평양 목란관에서 해외 군사작전에 투입됐다 전사한 참전 열사들의 유가족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이 다음 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군 투입은 큰 희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보당국 보고를 인용해 “북한군 약 2000명이 러시아 전투에 참가했다가 전사했다”고 전했다. 반면 북한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350명만 사망했다고 주장해 수치 차이가 크다.

파병 계속…순환 배치 정황도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쿠르스크 지역은 현재 적극적인 전투가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언론 주목도가 낮을 뿐이지 북한군은 여전히 주둔 중”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에서 전사자를 추모하고 참전 군인들을 직접 시상한 사실은 파병 지속성을 보여준다”며 “시상식에 참석한 병력은 이미 다른 인원으로 교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첩보와 문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명확한 임무를 부여받고 순환 배치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병 대가 25조 원 이미 확보최근 국내 방송과 연구기관 분석에서는 북한이 러시아 파병과 무기 거래, 현물 지원을 통해 180억 달러(약 25조 원)에 달하는 외화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치는 지난 7월 중순 처음 제기된 뒤 여러 방송과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반복 확인되고 있다. 여기에는 병력 급여와 전사자 위로금뿐 아니라 원유와 곡물 등 현물 보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자금을 신형 구축함 건조와 미사일 전력 강화 등 군 현대화에 재투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권력층 명품 과시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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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손목에는 약 2000만 원 상당의 스위스 IWC 시계가 포착됐다. 같은 날 동행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오른쪽)은 약 1000만 원대 프랑스 명품 ‘레이디 디오르’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크렘린궁 영상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의 손목에는 약 2000만 원 상당의 스위스 IWC 시계가 포착됐다. 같은 날 동행한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오른쪽)은 약 1000만 원대 프랑스 명품 ‘레이디 디오르’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장면이 확인됐다. 크렘린궁 영상 캡처


북한 권력층의 행태는 파병 대가로 확보한 막대한 외화 사용처와도 대비된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은 약 2000만 원 상당의 스위스 IWC 시계를, 동행한 김여정 부부장은 1000만 원대 프랑스 디오르 가방을 착용한 모습이 포착됐다. 대북제재로 사치품 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최고지도부가 해외 명품을 과시하는 장면이 공개되자 주민에게는 ‘부르주아 문화’라며 사치품 단속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제재를 회피해 소비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국산 부품 러 무기체계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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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난산구 아오터싱 과학단지 내에서 확인된 드론 시험 영상 촬영지 건물(붉은색 표시). 중국산 A40 Pro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 시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사이버보로슈노
중국 선전 난산구 아오터싱 과학단지 내에서 확인된 드론 시험 영상 촬영지 건물(붉은색 표시). 중국산 A40 Pro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 시험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출처=사이버보로슈노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북한군 파병 외에도 중국산 기술 개입 정황을 제시했다. 매체는 중국 선전 아오터싱 과학단지에서 촬영된 드론 시험 영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영상에는 중국 기업이 만든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돼 있었고 조사팀은 이를 특정 공장 부지로 검증했다.

중국은 전쟁 중립을 주장하지만 GUR는 민수용 명목의 이중용도 장비가 러시아 무기체계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옐라부가 드론 공장, 북한 인력 투입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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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내 드론 조립 공장에서 제작 중인 ‘게란-2’(이란제 샤헤드-136 개량형) 자폭 드론들. 사진 속에서는 동체가 줄지어 놓여 있으며, 작업자들이 최종 조립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촬영. 출처=SolovievLive
러시아 내 드론 조립 공장에서 제작 중인 ‘게란-2’(이란제 샤헤드-136 개량형) 자폭 드론들. 사진 속에서는 동체가 줄지어 놓여 있으며, 작업자들이 최종 조립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촬영. 출처=Soloviev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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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옐라부가 경제특구 내 드론 공장에서 ‘게란-2’(이란제 샤헤드-136 개량형) 자폭 드론이 조립되는 모습. 러시아 국방부 산하 방송 채널이 공개한 영상 캡처.
러시아 타타르스탄 공화국 옐라부가 경제특구 내 드론 공장에서 ‘게란-2’(이란제 샤헤드-136 개량형) 자폭 드론이 조립되는 모습. 러시아 국방부 산하 방송 채널이 공개한 영상 캡처.


국제사회는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옐라부가 경제특구를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매달 수천 대의 ‘게란-2’ 자폭 드론을 생산하는 러시아 최대 규모 공장이며 지하에 철근 구조물로 건설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피하고 있다. 최근 외신 영상에는 청소년들이 공장 내부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일본 NHK는 북한이 이 공장에 약 2만5000명 규모 인력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공장 부지에는 신입 인력을 위한 기숙사가 신축되고 있으며 북한 인력이 본격 투입될 경우 단순 조립을 넘어 드론 조종 기술까지 습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도 옐라부가를 잠재적 전략 표적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이곳에서 불과 30㎞ 떨어진 크질율 마을의 샤헤드 부품 창고를 장거리 드론으로 타격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러시아가 옐라부가를 중심으로 무인기 협력을 강화할 경우 전황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에도 직접적 파급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군사 지원과 경제 제재 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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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독일군이 운용 중인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발사 장면. 로이터·연합뉴스·독일 연방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독일군이 운용 중인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발사 장면. 로이터·연합뉴스·독일 연방군


미국 국무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방공망 강화를 위해 3억 달러(약 4110억 원) 규모 군사 장비와 서비스를 승인했다. 이 가운데 1억7910만 달러(약 2조4550억 원)는 패트리엇 미사일 방공체계 유지와 보수 지원이며 스타링크를 포함한 위성통신 서비스도 포함됐다.

군사 지원과 더불어 경제 제재도 강화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NBC 방송에 출연해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와 러시아 경제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의 경쟁”이라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와 2차적 관세를 부과하면 러시아 경제는 전면 붕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도 등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대해 50% 관세를 부과한 사례를 거론하며 유럽이 동참해야 압박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미 ABC 방송에서 “러시아와 계속 거래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매기는 것이 옳은 접근”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략에 동의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군사 지원과 금융·무역 압박이 병행될 경우 러시아 전쟁 수행 능력이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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