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한국엔 하나도 없는데…폭우에 미끄러진 비행기, ‘이것’ 덕분에 전원 생존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5-09-26 15:04
입력 2025-09-2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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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역 항공사인 커뮤트에어의 여객기가 2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로어노크-블랙스버그 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를 벗어났으나 특수제동장치(EMAS) 도움으로 안전하게 정지했다. AP 뉴시스
미국 지역 항공사인 커뮤트에어의 여객기가 2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로어노크-블랙스버그 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를 벗어났으나 특수제동장치(EMAS) 도움으로 안전하게 정지했다. AP 뉴시스


여객기가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중 폭우로 미끄러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활주로에 설치된 이탈방지시설(EMAS) 덕분에 승객 전원이 무사히 생존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25일(현지시간) “지역 항공사인 커뮤트에어의 여객기가 전날 오후 9시쯤 버지니아주(州) 로어노크-블랙스버그 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를 벗어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여객기에는 승객 50명과 승무원 3명 등 50여 명이 탑승해 있었다.

사고 여객기는 폭우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에 내렸지만, 빗물에 미끄러지면서 지정된 착륙 구역을 벗어났다. 여객기는 보조 활주로까지 질주했으나 안전하게 비행기를 멈춰 세운 것은 활주로 끝에 설치된 특수제동장치(EMAS)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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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역 항공사인 커뮤트에어의 여객기가 2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로어노크-블랙스버그 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를 벗어났으나 특수제동장치(EMAS) 도움으로 안전하게 정지했다. AP 뉴시스
미국 지역 항공사인 커뮤트에어의 여객기가 24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州) 로어노크-블랙스버그 공항에 착륙 중 활주로를 벗어났으나 특수제동장치(EMAS) 도움으로 안전하게 정지했다. AP 뉴시스


EMAS란 셀룰러 시멘트 블록으로 만들어진 안전 구역으로, 항공기가 제동을 잡지 못하고 미끄러질 때 동체 무게에 의해 부서지면서 강제로 속도를 줄여 주는 장치다.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 사고 시 꼭 필요한 장치로 알려져 있다.

여객기는 EMAS 구역에서 안전하게 멈췄고 승객과 승무원 모두 무사히 지상에 내릴 수 있었다.

“지난해 보완 공사한 EMAS, 성능 발휘”로어노크-블랙스버그 공항 대변인 알렉사 브리엘은 AP통신에 “지난해 보완 공사한 특수제동장치 구역이 의도한 대로 성능을 발휘했다”면서 “이번 사고로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71개 미국 공항의 120개 활주로에 EMAS가 설치돼 있다. 일부 EMAS 구역은 활주로를 넘어 최대 300m까지 뻗어 있다.

FAA는 “EMAS는 활주로를 벗어난 항공기 20대 이상을 정지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서 대형 사고를 막아냈다”고 밝혔다.

EMAS 설치한 한국 공항, 단 1곳도 없다EMAS는 노후됐거나 도시 인근에 있어 긴 활주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공항에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은 도쿄 하네다공항 A활주로에 2020년 스웨덴 업체의 EMAS를 설치했다. A활주로 길이는 3000m로 3300~3500m인 C·D활주로에 비해 짧다. 규정 개정으로 활주로 안전 확보 거리가 최대 6배까지 늘어나자, 활주로 연장이 어려운 곳에 EMAS를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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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제2공항인 쑹산공항 활주로 끝에 블록 형태의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이 설치돼 있다. 쑹산공항 홈페이지 캡처
대만 타이베이 제2공항인 쑹산공항 활주로 끝에 블록 형태의 ‘항공기 이탈 방지 시스템’(EMAS)이 설치돼 있다. 쑹산공항 홈페이지 캡처


대만 정부는 2004년 트랜스아시아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서 제대로 멈추지 못해 앞바퀴가 배수구에 빠지는 사고 이후 2009년 EMAS를 설치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뒤 EMAS 도입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미국뿐 아니라 대만과 중국 등 여러 국가의 공항 다수가 짧은 활주로에서의 사고를 막기 위해 EMAS를 도입했지만 한국 공항 14곳 중 이 장치가 도입된 곳은 단 1곳도 없어 문제로 지적됐다.

우리 정부는 12.29 제주항공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활주로 종단안전구역(240m)을 미달하는 8개 지역 공항을 대상으로 EMAS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경남도가 사천공항 안전 인프라 개선사업으로 EMAS 국내 최초 도입을 준비 중이다. 현재 건설 중인 울릉공항에도 EMAS가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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