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감자만 먹니? … 쌀밥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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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5-07-10 03:44
입력 2025-07-10 01:00

伊우주국 ‘문 라이스 프로젝트’

달·화성에 미래 식량 탐사 기지 설치
우주인 맞춤 신선 식품으로 벼 선택
키 작고 대량 생산·고단백 품종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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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 ‘마션’에서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화성에 낙오된 주인공이 구조를 기다리며 감자를 재배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처럼 장기간 우주에 머무를 경우 재배할 수 있는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세기 폭스 제공
SF 영화 ‘마션’에서는 지구로 귀환하지 못하고 화성에 낙오된 주인공이 구조를 기다리며 감자를 재배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처럼 장기간 우주에 머무를 경우 재배할 수 있는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과학자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세기 폭스 제공


이제는 SF의 고전 반열에 오른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화성에 홀로 낙오된 뒤에도 지구에서 구조하러 올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감자’를 키워 식량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인 우주 탐사나 달, 화성 정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식량’이다.

이탈리아 우주국(ISA), 밀라노대, 로마 사피엔차대, 나폴리 페데리코2세대 공동 연구팀은 우주에서 장기 거주의 핵심은 신선 식품 재배 능력이라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는 8~11일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리고 있는 ‘실험 생물학회’ 2025년 연례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현재 우주 탐사는 지구에서 식량을 보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신선 식품 없이 사전 조리해 멸균 포장된 식사로만 구성돼 있다. 지구와 다른 우주 환경이 인체 건강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항산화, 섬유질이 풍부한 식량 공급이 중요하다. 아무리 영양소 균형을 고민했다고 하더라도 멸균 포장식이 가진 한계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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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벼를 생산했다. 우주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키 작고 생산성은 높으며 단백질 함량이 높은 벼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제공
생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특성을 가진 벼를 생산했다. 우주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키 작고 생산성은 높으며 단백질 함량이 높은 벼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대 제공


ISA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 라이스’(Moon-Rice) 계획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첨단 생명과학을 활용, 극한 환경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이상적인 미래 식량 작물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문 라이스 프로젝트는 달이나 화성에 탐사 기지를 설치해 장기 임무를 수행할 때 우주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완벽한 영양 성분을 갖추고 우주에서 키울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연구를 이끄는 ISA의 식물학자 마르타 델 비앙코 박사는 “우주 탐사의 성공을 위해서는 우주인들의 신체적·정신적 상태가 최고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며 “우주인의 스트레스 관리가 잘못돼 실수가 발생할 경우, 임무 실패는 물론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 조리돼 포장된 음식은 단기간에는 괜찮을 수 있지만 장기 임무 수행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 대항해 시대에 신대륙 탐사에 나섰던 선원들이 장기간 신선 식품을 섭취하지 못해 발생한 신체적·정신적 문제와 비슷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래서 사전 조리된 우주식보다 영양가가 높고 심리적 이점도 상당한 신선 식품 공급 방법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우선 연구팀은 주식이 될 수 있는 쌀 재배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주 환경에서 재배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재배되는 작물보다 크기가 작아야 한다. 현재 지구에서 재배되는 왜소 품종의 쌀도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하기에는 너무 크다.

또 우주 재배 작물은 크기는 작지만 생산성이 높아야 하므로 지구에서 왜소 품종을 육종할 때처럼 식물 호르몬인 지베렐린을 조작할 수는 없다. 크기는 작아지지만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팀은 10㎝까지만 자라는 돌연변이 쌀 품종을 분리하고 육류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단백질 함량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연구팀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왜소 품종을 개발한 뒤에도 우주의 미세 중력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비앙코 박사는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라면 북극이나 남극, 사막 같은 극한기후나 실내 공간 같은 제한적 조건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2025-07-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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