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지옥 열렸다”…최소 800명 사망한 아프간 지진, 피해 큰 이유 [포착]

송현서 기자
송현서 기자
수정 2025-09-02 10:21
입력 2025-09-0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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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자원봉사자들과 탈레반 보안 요원들이 2025년 9월 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나르 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부상자들을 군용 헬리콥터 근처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600명 이상이 부상했다.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자원봉사자들과 탈레반 보안 요원들이 2025년 9월 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나르 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부상자들을 군용 헬리콥터 근처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600명 이상이 부상했다. AFP 연합뉴스


파키스탄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동부 지역을 규모 6.1의 지진이 강타하면서 현재까지 최소 8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탈레반이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8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잘랄라바드를 포함하는 낭가하르주(州)와 인근 쿠나르주, 라그만주에서 피해와 사상자가 보고됐다.

또 이번 지진은 인접국인 파키스탄과 아프간 수도인 카불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지됐다. 첫 지진 이후 인근에서 규모 4.5~5.2 지진이 다섯 차례 연이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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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6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워싱턴포스트 제공
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아프가니스탄 동부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6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워싱턴포스트 제공


지진 피해가 가장 큰 잘라라바드는 아프간에서 5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가 20만 명이 넘는다. 또 다른 피해 지역인 쿠나르주는 평소에도 지진과 홍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대변인은 쿠나르주에서만 최소 800명이 사망하고 2500명이 다쳤으며, 낭가르하르주에서도 12명이 사망하고 25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아프간 군용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여러 마을이 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돼 폐허가 됐다. 아프간 당국은 생존자를 찾기 위해 진흙과 돌로 지은 집들을 철거하며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외딴 지역에서도 관련 피해가 접수되면서 전체 사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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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자원봉사자들과 탈레반 보안 요원들이 2025년 9월 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나르 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한 남성이 무너진 집터를 걷고 있다. 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600명 이상이 부상했다. 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자원봉사자들과 탈레반 보안 요원들이 2025년 9월 1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쿠나르 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한 남성이 무너진 집터를 걷고 있다. 규모 6.1의 이번 지진은 지난달 31일 늦은 시간 잘랄라바드 외곽 약 27km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8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600명 이상이 부상했다. AFP 연합뉴스


지진 피해 지역이 산악지대인 탓에 접근이 어려운 상태이며, 그나마 있던 도로도 산사태로 인해 모두 막혔다. 이에 탈레반 정부는 헬리콥터를 이용해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초기 평가에서 지진 발생 깊이가 10㎞ 안팎으로 얕은데다 산악 지형 특성상 무너진 토사와 바위가 마을을 덮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더욱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유엔은 최대 1만 2000명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대표 조이 싱할은 워싱턴포스트에 “지진 직후 구조 작업이 시작됐지만 산사태로 인해 많은 도로가 통행이 불가능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최대 4시간을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옥 방불케 하는 지진 현장, 요구조자 아직 많아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주민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사망자는 가능한 한 빨리 매장해야 하는데, 시신 수습조차 어렵다 보니 절망감이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현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회복지사 이크람 마몬드는 워싱턴포스트에 “한 남성이 지역 공무원에게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다섯 자녀의 장례식을 도와달라고 간청하는 것을 봤다”면서 “현재 피해 지역 곳곳에 시신이 널려 있다”고 말했다.

쿠나르주의 한 주민은 “나는 지진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우리 마을의 많은 집이 무너졌다”면서 “우리가 들은 비명을 설명할 단어가 없다. 아직 마을에는 구조되지 못한 희생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지진은 대부분 지진을 견딜 만큼 튼튼한 집을 지을 여유가 없는 지역을 강타했다”면서 “무너진 가옥 대부분이 산비탈에 붙어 있던 조잡한 진흙 가옥”이라고 전했다.

잦은 지진으로 고통받는 아프가니스탄아프간에서는 2022년과 2023년을 포함하여 치명적인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 앞선 두 차례 지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00명이 넘는다.

특히 이번 지진이 발생한 아프간 동부 지역은 세계에서 지진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영국 지질조사국의 지진학자인 브라이언 밥티에 따르면 아프간 동부의 지층은 복잡한 단층계로 이뤄진 탓에 1900년 이래로 규모 7이 넘는 강진이 12차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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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1일 자정 무렵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에서 발생한 규모 6.1의 지진으로 집을 잃은 주민과 아이들. AFP 연합뉴스
2025년 9월 1일 자정 무렵 아프가니스탄 쿠나르주에서 발생한 규모 6.1의 지진으로 집을 잃은 주민과 아이들. AFP 연합뉴스


아프간은 오랜 내전과 탈레반의 강압적인 통치, 심각한 경제 위기 등으로 지진에 대한 대비를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더불어 지난 12개월 동안 국제 공여국들이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함에 따라 아프간의 보건 위기는 더욱 악화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미국이 지원하는 인도주의 및 경제 프로젝트를 거의 모두 삭감한 것이 아프간에 가장 심각한 타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인도주의 단체 케어(CARE)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장 그레이엄 데이비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지진은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한 국제적 지원 부족에 직면해 있는 아프가니스탄을 강타했다“면서 ”아프간 인구의 거의 절반인 2300만 명이 이미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인도주의 대응 계획(HRP)의 기금은 28%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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